화란
한국영화가 무너진다고 한다. 이유는 여럿 거론되지만,
그렇다고 좋은 작품이 늦게나마 평가받고 살아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다.
오늘 보고 온 영화, 화란은 그럴필요가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기전까진 조금 망설였다
나무위키의 전문가 평을 보면 윤기흐르는 비쩍마른 통닭마냥 평해놓은 글이 보이고.
관객 평엔 후반 급발진같은 표현도 있었다.
영화 마케팅의 최대 포인트가 송중기 노개런티니 말다한 것 같았고,
이런 판국에 얼마나 대단한 영화를 만들었길래 손익분기가 100만명씩이나 되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 와중에 영화를 보러 갈 유일한 동기가
'이런 작품인데, 왜 칸에 초대 되었나?' 였으니...
영화는 느와르물의 공식을 잘 녹인 드라마로, 영화 안에는 사람들이 결코 바라보고 싶어하지 않는
'인간미'의 이면을 집요하게 담고 있다.
관객의 거부반응은 거기서 오는 것일 거다.
결코 그런 이유로 외면하기엔 영화는
결코 필요 충분하지는 않을지언정 적절한 핍진성을 유지하면서
서사속에 충실히 메시지를 담아 관객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바로잡아야 할 일들
놓쳐버린 결정적 순간들
돌아갈 수 없는 길
놓을 수 없는 현실의 끈
여기에 부가적으로 강건, 책임, 정직, 솔직과 같이
남자에게 요구되는 삶과 삶의 양태도 잊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유없는 실패는 아니었다
이런 영화가 관객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얻어 맞고 있는데에는
승자가 되지 못한 영화라는 게 큰 이유겠지만
내가 보기엔 타이틀, 포스터, 끝으로 홍보 미스로 이어지는
관객에게 줄 사전 메시지가 문제였다고 본다.
일단 '화란'이라는 제목부터 보자.
나무위키라도 봤으니 화란이 네덜란드의 고어라는 걸 알고 봤지,
아니면 대체 뭐였을지
영화를 다 보고도 아마 몰랐을 것 같다.
차라리 제목을 낙원이나 영문제목인 Hopeless로 하고,
포스터를 더더욱 느와르물에 맞게 준비한 후,
영화를 느와르색으로 홍보했어야 했다고 보는 거다.
아쉽지만 이미 터진 문제인 건 어쩔 수 없고, 이제부터가 문제일텐데.
영화사가 한 것인지 메가박스가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5000원 관람 쿠폰을 뿌린데에는 묻히기엔 아까운 좋은 작품이기에
흥행은 실패했을지언정, 한 사람이라도 더 극장에서 봐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던 것 같다.
큰 화면, 어두운 공간에서 몰입하며 영화를 보는 건,
작품을 기억하고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봐야 할 영화
작년부터 올 여름까지 이런 문제로 언급되는 작품들이 제법있고
나도 거론하고 싶은 작품이 있지만
솔직히 좋은 이야기 나올 작품은 아니었으니
이 작품도 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서라도 말은 아끼겠다.
그런 나의 소수의견이다만,
이 영화는 늦게라도 살아났으면 싶은 잘 쓴 영화다.
모쪼록 느와르같은 남자영화를 즐겨 보는 이들이나
영화의 메시지를 읽는 즐거움을 아는 관객이라도
상영관이 더 줄어들기전에 부디 한번 찾아가 볼 것을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