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nachalah

아침간식

성경에 보면 '기업'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원어는 nachalah (나차라).
possession (소유), property (재산), inheritance (상속) 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차를 사려던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다.

지금 사는 집에는 차 세울 장소가 없다.
아니, 아주 없는 건 아닌데. 사회복지관이 오후 6시이후, 주차 공간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긴 하다.
상시주차가 안된다는 게 문제인데....

그래서 동네 공영주차장을 알아봤다.
우리동네에 걸어서 10분 거리에 내가 아는 공영주차장만 여섯곳이 넘긴 하다.

그런데.

그 많은 공영주차장에 월정기 주차를 하려면 지금 신청하고도 1~2년 대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뎃!?
밤에도 주차공간이 좀 있길래. 나 하나 쓸 공간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건 시간당 주차를 위해 확보해둔 공간이었던 모양이다.

아이고... 데이고....
어제 하루. 이것때문에 사방에 수소문을 했고. 결국 차댈 곳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면서.
세삼, 성경에 나오는 기업이라는 표현의 뜻을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기업.
원어와 그 뜻은 위에 쓴 대로다.
주가 성경에 나오는 주요 인물과 민족에게 늘 하는 이야기중 부가적으로 꼭 하는 말이 저것이다.
난 저 단어를 여태 잘 모르고 살았다는 걸 이번에 세삼 깨달았다.

신명기까지는 주의 은혜를 입고 나그네 생활을 한 것이지 뿌리내리고 살 곳도.
가축을 풀 곳도. 내것. 우리것이라 말 할 우물도 없는 삶이란 게 이런 거구나...
여호수아서 이후로 성읍과 그 들판을 누구누구들에게 기업으로 준다. 는게 이런 거였구나....
고작 그까짓 차 한 대 마음 놓고 댈 곳이 없다는 것인데,
거슬러 올라가면. 이게 가축하나 둘 우리도 없고, 그것들 먹일 풀도 없는 그런거란 생각이 드는 거다.

내 집은 차 댈 곳이 없고, 가만보니.
집 주위에 남의 차가 선 집들을 보는 눈도 바뀌었다.
내 집 옆에 누가 차를 대고 아침 저녁으로 쿵쿵 문을 열고 닫고, 원치 않는 시간에 엔진시동음을 듣고.
반대로 내 집이 있어도, (그게 자가든 빌린 것이든) 집 가까이에 차를 대기 위해 동네를 누비며 불법주차하는 이야기도 세삼 다르게 느껴지더라.

누군가에게 별 것 아닌 일로 구구절절히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 기업이 없어, 내 소유 하나를 맘 놓고 놓지도 못하고.
매일을 피곤하게 살아야 한다는 거. 이건 구구절절이 아니라, 정말 큰 문제다.
(심지어 그렇게 살다가 원치 않게 하루 몇 만원의 딱지도 끊긴다!)

주를 믿는 입장에서.
내게 주어진 복이, 은혜가 어쩌면 조금 부족한 걸지도 모르는데.
그러한 부족이, 모자람이. 알고보면 이렇게나 큰 것이란 걸.
세삼 느끼니 세상 보는 눈이 또 조금 바뀌네.

지금 카메라와 렌즈를 사네. 컴퓨터를 바꾸네 하는 게 갑자기 얼마나 하찮고, 쓸데없게 보이는지....
하루 하루 맛있는 거 먹고, (귀가 좀 시끄럽긴 하다만) 건강하게 사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내게 차가 있고 없고보다. 내 차를 마음 편히 댈 곳이 있는지 없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일인지.

뭐, 그런 걸 세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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