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스즈미야 하루히는 소설로도 매우 잘 쓰여진 작품이지만, 화제성에 비해 TVA는 별로라고 생각한다. 1기도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었고, 소설을 읽고 나서야 이해를 했을 정도다.
줄곧 그런 작품이었던 스즈미야 하루히.
인기 에피소드, '소실'은 달랐다.
이건 영화라고 불러도 되는 작품이다.
과묵하지만 언제나 속으로 말이 많은 쿈. 현직 고등학생.
오늘은 날씨가 불만이다.
언제나의 부실. 언제나의 나가토.
SOS단만 아니라면, 이것이 고등학생들의 일과. 쿈의 일상이었을 풍경.
영화 프롤로그 시점에서 줄곧 나오지 않던 하루히가 마침내 등장하면서 오프닝이 시작된다.
그 밝은 노래가 이렇게 무거워질 수도 있나 싶고.
오늘도 미쿠르를 이용해 쿈을 살살 긁으려는 하루히.
쿈과 코이즈미는 부실 밖으로 쫓겨나 가시돋힌 사담을 주고 받는데....
그만 문이 열린다.
정말, 이것은 우연한 타이밍일까?
이게 설령 우연이 아니라해도, 쿈은 아마 이해 최고의 보너스를 받고 있는 건지도.
운수 좋은 날이 장례날이라고, 조금 달랐던 매일의 일과와 일상이 송두리째.
이 세상에서 오직, 쿈만을 남겨둔 채 바뀌어 버렸다.
있어야 할 사람이 없어지고, 없어야 할 사람이 있는.... 살풍경한 상황.
학생, 아사쿠라 료코는 아마도 그렇게 쿈을 보고 있었고. 줄곧 그렇게 평가했을 것이다.
요컨데 진심.
그런데, 나가토에 대한 짧은 평가도 진심... 아니 진실일까?
나가토와 사귄다... 어쩌면 평범한 남고생 쿈에게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지만, 성장기의 연애로 정리할 수 있는
허들 낮은 상대일 수는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단 한번도 빈말이 없는 극장판.
원작도 그러하지만, 영화는 대사 한마디 말 한줄조차 살풍경하게 날린다.
왜 돌아가야 하느냐면, 쿈이 가야 할 곳이 저기에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용할 재능밖에 가진 게 없어 우울하기만 한 하루히.
이 또한 원래의 하루히의 모습.
만약, 그랬다면 스즈미야 하루히 같은 아이에게 쿈이 다가갈 수 있었을까?
반대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3년동안 쿈이 눈에 들어올 일이 있었을까?
초능력자는 여기서도 머리가 똑똑하다.
그리고 승리하지 못할 운명이다.
스즈미야 하루히가 벌인 초유의 사태를 되돌릴 수 있는 단서를 남겨놓은 나가토.
그 단서대로 모든 것을 클리어한 쿈은, 자신만을 남겨둔 채 떠나가버린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출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DVD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