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살던 시절, 먹었던 밥 사진들
커뮤니티에 흩어져 있던 사진 중엔, 내 수중에서 유실된 사진도 제법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이 유실된 사진이 바로 밥 사진이었다. ㅎㅎㅎ
허긴, 비록 당시엔 이런 문화가 흔치 않았던 것 같은데.
일본 살던 시절, 아이폰4 나오자 마자 사서는 정말 눈에 뭐가 보이면 일단 찍고 보곤 했던지라, 은근 이런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바로바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스턴트로 소비하고 날려버렸기에, 지금와서 보면 이것도 다 추억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요시노야 규동이다. 곱배기 300엔 세일하던 시절이다. 보통은 250엔이었나... 그랬지.
옆에 된장국은 인스턴트다. 소스와 건더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완성되는.... 개당 50엔꼴이었던가.
겨울되면 세븐일레븐 오뎅으로 끼니를 떼우곤 했다.
겨우 오뎅으로 밥이 되나 싶겠지만, 갖가지 오뎅을 고르고 하면 저정도 양이 되고. 여기에 평소 500ml 100엔 콜라를 하루에 한 캔씩 마셔대고 점심에 또 빵이나 케익을 사먹으며 살았다.
그러니 밥이 되냐 마냐의 영역과는 별 관계 없었던 셈.
일본의 빌딩가에는 점심시간에만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도시락가게가 많았다. 우리 회사 주변에도 골목 뒤에 이런 가게가 제법 있었는데, 이건 450엔 세트였다.
된장국은 내 몫을 만들었더니 당시 모시던 회장님이 본인 걸 만들면서 내 것도 만들어 주신 것. ㅎㅎ 사진에 보이는 옵티머스Z는 한국에 와서까지 10년 실 사용한 폰이었다.
회사 근처 500엔 치킨구이 도시락. 여기도 점심시간에 행렬이 긴 곳이라. 하루 각오하고 줄 서서 사 왔는데... 왜 인기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고기 질이 좋은가? 질은 잘 모르겠고... 스파게티 면에 소스가 입혀져 있긴 한데.
그렇게 따져보면 값을 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돈카츠처럼 보이지만, 햄버그 스테이크다.
밥을 동그랗게 디핑해 파는 것이 특징이었던 가게.
직장생활은 피곤하다. 그러니 서랍 안쪽에 술 한병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시기상 겨울이니 따뜻한 오뎅 한 컵 (대략 오뎅 2~3종류 고르면 저 컵에 준다.)이 밥이고, 발렌타인 한 컵이 반주 한 잔이다.
아침은 에센뽀득 (지금도 있나?) 2~3개에 베이컨 한 조각, 계란 하나 굽고 레터스 (양상추인가?) 여기에 물 두둑히 담은 된장국과 두부 한 모, 진저에일 한 잔이다.
언제나 먹는 아침밥상에 가끔은 김치가 있고 딸기 쇼트 케익도 먹어주었다.
무슨 밥상이 이러냐고? 내 세상에서는 이렇다!
양갱 롤 케익 몇 조각과 팬에 남은 베이컨 기름위에서 반숙과 완숙 사이로 굽혀진 계란후라이 두 장. 그리고 필터로 내린 커피에 우유를 조금 붓는다.
이렇게 먹고 외출이다.
고기의 하나마사라고 하는 덕용상품 전문점이 집 근처에 있었다. 가끔 이런 거 하나 사다가 하루 에 한 개씩 며칠 먹곤 했다. 크리스마스용이라고 써 있는 걸 봐선 그 즈음 산 것 같다.
일본 살려면 이 정도는 해야 된다. 물론 내가 안 했다! ㅎㅎㅎ
당시 나는 다니는 회사의 회장님 술친구이자, 종종 회장님을 따라 여기저기 놀러 다녔고, 이날은 회장님의 고베 사저에서 짐 정리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관서 여행을 다니던 시기다.
이 계란말이도 회장님 작품이다. 난 따라해 봐도 잘 안 되더라.
참고로 지금은 작고하시고 유골은 당분간 가족이 모시겠다하여 아직 납골당에 안치되진 않은 걸로 안다. 그러고보니 그게 작년이니 다시, 연락 한번 해 봐야 겠네.
코로나라고 기일엔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역에서 집까지 10분 남짓 거리인데, 그 사이에 피자헛이 있어서 세일하는 기간이나 쿠폰이 생기면 이용하곤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 피자헛은 도우가 참 달달한데, 일본은 도우가 엄청 짜다.
퇴근은 언제나 회장님과 같이 했다. 대충 회장님 배 고프고 술 고픈 시간이 퇴근 시간이었다.
회사 뒤에 교키치라는 선술집이 있어 그곳을 자주 애용했다. 이것저것 크고 작은 걸 시키고 맥주에서 일본주(사케)로. 마지막엔 가마메시라는 자그마한 가마솥 밥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눠 먹고 돌아갔다.
살면서 지독한 감기에 걸려 본 게, 4번 있었다. 그중 한 번은 일본에서였다. 전날 퇴근길에 회장님이 이것저것 사서 들려 보내셨는데, 다음날 애인이 와서 이렇게 먹을 수 있게 정리해 주었다. 그 뒤의 약병은 감기와의 전쟁을 위해 투입한 약물들... 이었나, 그냥 비타민 음료였나...
마루노우치 역 지하에 유명한 텐푸라 집이 있다길래 회사에서 걸어 왔더니... 줄이 너무 길었다. (우측 여성 뒤에 서 있는 남자가 줄의 끝단이다.
결국 같은 지하의 다른 텐푸라 가게를 가서 먹기로 했다.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 거니까.
기본 차림이다. 생맥주 한 잔에 닭가슴살 샐러드였던 것 같다.
먹는 동안에 추가로 나오는 그런 구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엔 채소와 새우튀김.
호박과 깻잎, 연근과 함께 새우튀김이 또 나왔는데, 사실 내가 장어를 싫어해서 장어를 회장님께 드리고 회장님 새우튀김을 받은 것이다. 난 예나 지금이나 장어가 싫다.
맛나는 흰 쌀밥.
아래에 재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사리 미소시루 (된장국)이었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
오징어 텐푸라라고 생각했는데 장어였다. 먹다 뱉은 셈인데, 저걸 회장님이 가져가고 새우로 바꿔주신 것. 지금은 새우도 안 먹으니, 결국 지금 가면 가서 먹을 것도 없을 것 같다.
마지막 리필이었을 거다. 또 장어가 왔다. ㅎㅎㅎ. 장어 좋아하는 사람에게야 훌륭한 밥상이겠지만. 나한테는 죽을 맛이지.
이것도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