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때는 세기말.
인류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던 가운데.
대한민국의 남쪽.
버려진 변방의 땅. 거제에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두 소녀가 있었는데....
아니, 세 소녀인가?
흠흠.
각설하고.
영화 빅토리 트레일러를 봤을 때 솔직한 느낌은 뭔 영화여? 였다.
조금 산만해 보였던 것.
8~90년대 태생을 타겟으로 한... 내 기준으론 젊은아무래도 70년대 태생보다 우리가 좀 도회적인 감각의 시대를 살았으니까.
뭐 그 감각을 추억하는 영화라는 정도가 생각의 전부였다.
그리고 내가 오늘 보고 온 것.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99년의 거제에 댄서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소녀들이, 춤의 깊이에 빠져가며 성장해 나가는 코믹하고 따뜻한 그런 영화였다.
(라고 정리해두겠다)
넌지시... 던지는 말이지만. 아마 요즘 세대가 봐도 그렇게 크게 거부감은 없지 않을까 하고.
수상할 정도로 트롯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요즘 시대를, 쫓아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나로써는 (비슷한 시기 아니메송을 많이 듣긴 했지만)
아무튼지간에 무언가 쫓아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그 이유를 영화를 통해 점검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우리 세대는 트롯을 밀어내고 저런 노래 들으며 자란 세대였지.... 하며 말이다.
칭찬은 이쯤하고. 비평-비판도 좀 해 볼까?
우선 첫번째로, 영화를 보는 내내 요즘 흥하는 일본 음악 아니메의 구성을 차용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러브라이브 같은 것들 말이다.
나쁜 건 아닌데.
문젠, 희극에 자꾸 시대감정을 반영하면서 해당 아니메들이 갖는 문제를 이 작품도 답습했다는 게 문제로 여겨졌다.
무려 110분짜리 영화인데. 많은 캐릭터 중에 주연급은 춤-당시 세대의 시대상-성장통에 촛점을 맞춰놓고,
조연들에게 당대 우리나라의 시대상이나, 밀레니엄 시대상을 배분해서 맡겼는데.
주연급들은 영화의 메인 상품이었으니 그렇다 치고.
조연에게 충분히 내용 안배가 안 된 상황에서 관객 눈에도 머리에도 안 들어왔을 것 같은데.
시대상과, 슬픔과 아픔을 조연을 통해 터뜨리니.
이게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편하게 보던 마음에도 성가신 감정을 일으키는데다.
다 보고 난 다음. 다른 관객들도 그런 소리를 하는데.
불필요할 정도로 무게있는 진지한 요소는 문제 아니었나 싶다.
(어떤 관객은 제작사가 원래 이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들던 제작사라는 소리도 하긴 하더라)
이 문제를 풀려면 사실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조연에게도 서사 빌드업을 시키고, 주연급과도 연결점을 조금 더 탄탄하게 다지면 된다.
얼추 10분 정도의 분량이 더 필요했다고 본다.
그리고 동시에 아니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하는 소린데.
아니메는 한땀한땀 그려야 서사가 움직이니 만들기도 전부터 자르고 자르고 줄이고 줄여서 만들다보니 이런 문제가 자연히 생기는건데.
카메라로 찍는 영화가. 그것도 주연급도 아니고 조연급 조금 빌드업 했음 될 것을.
그걸 안해서 영화에 허술한 구멍을 만들어버렸으니.... 보는 입장에서 참 답답하고, 제작진의 역량에도 아쉬운 생각이 없을 수 없더라.
영화가 이렇게 잘 나왔는데.
결과가 썩 괜찮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옥의 티가 있긴해도. 재미있고 볼만한. 많이 노력하고 생각해 만든 한국영화라고 생각한다.
부디 극장에서 꼭 보실 것을 권해 본다.
끝으로 생각도 안 했는데, 빅토리 관람특전을 나눠주더라.
주요배우 스티커다.
(아기자기하다)